항구와 선박이 오가는 항로에는 강과 바다에서 이동한 흙, 모래, 자갈이 계속 쌓입니다. 퇴적물이 두꺼워지면 수심이 얕아져 대형 선박이 바닥에 닿을 수 있으며, 항만을 새로 건설하거나 바다를 매립할 때도 막대한 양의 토사가 필요합니다.
이때 투입되는 특수선박이 준설선입니다. 준설선은 바다 밑의 흙을 단순히 삽으로 퍼 올리는 배가 아닙니다. 해저면을 긁거나 회전식 커터로 깎은 다음, 물과 흙을 섞은 슬러리 상태로 빨아 올리거나 버킷과 그래브로 직접 들어 올립니다.
퍼낸 토사는 선체 내부의 호퍼에 저장하거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보냅니다.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는 해저 토질과 수심, 파도, 작업 면적 및 토사를 옮길 거리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로의 수심을 유지하는 준설 작업
준설은 강, 항만, 운하와 바다 밑의 흙이나 암석을 제거해 필요한 수심과 해저 형태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기존 항로에 쌓인 퇴적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은 유지 준설, 새로운 항로나 항만을 만들기 위해 해저를 깊게 파는 작업은 신설 준설 또는 자본 준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준설선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항로 수심 유지 항만 입구와 선박 통항로에 쌓인 토사를 제거해 선박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합니다.
- 항만과 운하 건설 방파제 안쪽과 부두 전면 및 운하 예정 구간을 설계 수심까지 파냅니다.
- 해상 매립 해저에서 채취한 모래를 육상이나 얕은 바다로 운반해 새로운 부지와 인공섬을 만듭니다.
- 해변 복원 침식으로 줄어든 해변에 모래를 공급해 해안선을 복원하고 파도의 충격을 줄입니다.
- 해저 기반 조성 해저 파이프라인, 해상풍력 구조물 및 기타 해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저면을 정리합니다.
준설선은 흙을 제거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퍼낸 토사를 운반하고 원하는 장소에 배출하는 기능도 갖춰야 합니다.
물로 빨아 올리는 방식과 직접 퍼내는 방식
준설 방식은 크게 유압식과 기계식으로 구분됩니다. 유압식 준설선은 강력한 원심펌프로 물의 흐름을 만들어 해저 토사를 물과 함께 빨아 올립니다. 기계식 준설선은 굴착기 버킷이나 그래브 같은 장비로 흙을 직접 파서 들어 올립니다.
두 방식의 특징을 결합한 준설선도 있습니다. 커터 석션 준설선은 회전하는 커터헤드로 단단한 지반을 잘게 부순 다음 펌프로 흡입합니다. 호퍼 준설선의 드래그헤드에도 이빨이나 고압수 분사장치를 설치해 다져진 모래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제준설기업협회의 준설 장비 분류에서도 준설 장비를 유압식, 유압·기계 복합식, 기계식 및 유체역학식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모든 준설선이 동일한 원리로 바다 밑을 파는 것은 아닙니다.
항해하면서 해저를 빠는 호퍼 준설선
바다 밑의 모래와 부드러운 흙을 대량으로 퍼낼 때 널리 사용되는 선박이 트레일링 석션 호퍼 준설선입니다. 우리말로는 항행식 흡입 호퍼 준설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준설선은 선체 옆에 관절 구조로 연결된 한 개 또는 두 개의 긴 흡입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흡입관 끝에는 드래그헤드가 달려 있으며, 선박이 천천히 전진하면 드래그헤드가 해저면을 따라 움직입니다.
- 드래그헤드 해저면과 접촉해 모래와 흙을 긁고 흡입구 안으로 모으는 장비입니다. 토질에 따라 이빨, 칼날이나 고압수 노즐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 흡입관 물과 토사가 섞인 슬러리를 해저에서 선박으로 운반합니다. 관절이 있어 수심과 선박의 움직임에 맞춰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준설펌프 흡입관 안에 빠른 물의 흐름을 만들고 토사 입자가 물과 함께 이동하도록 합니다.
- 스웰 보상장치 파도 때문에 선박이 위아래로 움직여도 드래그헤드가 해저면과 일정한 접촉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Royal IHC의 호퍼 준설선 작동 자료는 드래그헤드를 거대한 진공청소기의 흡입구에 비유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마른 흙을 공기와 함께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토사를 물과 섞어 관 안으로 운반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흙을 들어 올리는 원심펌프의 힘
준설펌프가 작동하면 흡입관 내부에 압력 차이와 빠른 물의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드래그헤드가 해저면에서 느슨하게 만든 모래와 흙은 이 흐름에 실려 슬러리 형태로 올라갑니다.
토사 입자를 운반하려면 관 안의 물이 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흘러야 합니다. 유속이 너무 느리면 무거운 모래와 자갈이 관 바닥에 가라앉아 흡입관이 막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을 지나치게 많이 빨아들이면 운반하는 물의 양만 늘고 실제 토사 생산량은 낮아집니다.
따라서 준설선은 다음과 같은 수치를 실시간으로 조절합니다.
- 슬러리 농도 물에 포함된 토사의 양을 측정해 너무 묽거나 진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 흡입관 유속 모래가 관 안에 침전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흐름을 유지합니다.
- 펌프 압력 수심과 흡입관 길이 및 토질에 맞춰 펌프 출력을 조절합니다.
- 선박 속도 드래그헤드가 해저면을 과도하게 파고들거나 표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저속으로 운항합니다.
수심이 깊어지면 흡입관 안에서 발생하는 압력 손실도 커집니다. 일부 준설선은 흡입관 중간이나 수중에 추가 펌프를 배치해 깊은 곳의 토사를 효율적으로 끌어 올립니다.
호퍼에서 흙과 물을 분리하는 과정
흡입관을 통과한 슬러리는 선체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화물창인 호퍼로 들어갑니다. 호퍼 안에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모래와 자갈은 아래로 가라앉고 물은 위쪽에 남습니다.
계속해서 슬러리를 넣으면 호퍼의 물높이가 올라갑니다. 이때 상부의 물을 오버플로 장치로 배출하면 더 많은 모래를 적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한 점토와 가벼운 모래 입자는 물과 함께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환경 조건과 작업 목적에 따라 오버플로 사용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토사가 오염되어 있거나 주변 수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작업에서는 넘치는 물의 양과 탁도를 줄여야 합니다. 토사 생산량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 해역으로 퍼지는 부유물질을 관리하는 것도 현대 준설선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단단한 해저를 깎는 커터 석션 준설선
부드러운 모래는 드래그헤드와 펌프로 흡입할 수 있지만, 단단한 점토와 굳은 지층 및 암반은 흡입력만으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곳에는 커터 석션 준설선이 투입됩니다.
커터 석션 준설선의 긴 사다리형 구조물 끝에는 톱니가 달린 회전식 커터헤드가 설치됩니다. 커터헤드가 회전하면서 단단한 해저 지반을 작은 조각으로 부수면 바로 뒤의 흡입구가 부서진 토사를 빨아들입니다.
커터 석션 준설선은 작업 중 계속 항해하지 않습니다. 선미의 스퍼드라는 긴 기둥을 해저에 박아 위치를 고정한 후, 좌우의 앵커 와이어를 당기고 풀면서 커터헤드를 부채꼴로 이동시킵니다. 한 구간을 파낸 다음 스퍼드 위치를 옮겨 앞으로 전진합니다.
흡입된 토사는 선박 내부에 저장하기보다 부유식 또는 수중 파이프라인을 통해 매립지로 직접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IADC의 커터 석션 준설선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준설선은 회전식 커터와 원심펌프를 결합해 실트, 모래, 점토, 자갈 및 암반까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 처리 능력은 커터 출력과 암석의 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버킷과 그래브로 직접 퍼 올리는 기계식 준설선
모든 준설선이 흙을 물과 섞어 빨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항만의 좁은 공간이나 정밀한 굴착이 필요한 장소에서는 대형 굴착기 또는 그래브가 설치된 기계식 준설선이 사용됩니다.
- 백호 준설선 대형 굴착기를 바지선 위에 설치한 형태입니다. 스퍼드로 선체를 고정한 뒤 버킷으로 해저를 파서 옆에 정박한 토운선에 담습니다.
- 그래브 준설선 크레인에 매달린 조개껍데기 모양의 버킷을 해저로 내립니다. 버킷을 닫아 흙을 잡은 뒤 수면 위로 올려 바지선이나 호퍼에 배출합니다.
- 버킷 래더 준설선 여러 개의 버킷이 연결된 연속 체인을 회전시켜 해저 토사를 반복적으로 퍼 올립니다.
기계식 준설선은 굴착 범위를 비교적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고, 흙을 지나치게 많은 물과 섞지 않은 상태로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한 번에 버킷 하나씩 움직여야 하므로 넓은 지역의 모래를 대량으로 처리할 때는 유압식 준설선보다 생산성이 낮을 수 있습니다.
퍼낸 토사의 이동과 배출
준설선이 퍼낸 흙과 모래는 폐기물로만 취급되지 않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모래는 해상 매립, 해변 복원, 건설 골재 및 습지 조성 등에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퍼 준설선은 작업 목적에 따라 세 가지 대표적인 방법으로 토사를 배출합니다.
- 바닥문 배출 선체 아래의 호퍼 도어를 열어 지정된 해역에 토사를 떨어뜨립니다. 수중의 낮은 지역을 채우거나 허가된 투기장에 배출할 때 사용됩니다.
- 파이프라인 압송 준설펌프로 호퍼의 토사와 물을 다시 섞어 육상이나 매립지까지 연결된 관으로 보냅니다.
- 레인보잉 선수의 노즐을 통해 모래와 물을 포물선 모양으로 분사합니다. 파이프를 연결하기 어려운 얕은 매립 구간이나 해변에 모래를 공급할 때 활용됩니다.
기계식 준설선이 퍼낸 토사는 일반적으로 옆에 정박한 토운선에 담아 운반합니다. 토운선은 목적지에서 바닥문을 열거나 선체를 좌우로 벌려 토사를 배출합니다.
해저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준설선 선택
어떤 준설선이 가장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모래와 부드러운 실트가 넓게 쌓인 항로에서는 이동하면서 작업하는 호퍼 준설선이 효율적입니다. 단단한 지층을 대량으로 파내고 가까운 매립지까지 파이프로 보내야 한다면 커터 석션 준설선이 유리합니다.
좁은 부두 주변이나 수중 구조물 가까이에서 정밀하게 굴착해야 하는 경우에는 백호 또는 그래브 준설선이 적합할 수 있습니다. 오염된 토사를 처리한다면 흙이 주변 물과 섞이는 정도, 운반 방법 및 처리시설과의 연결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준설선의 선택을 결정하는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호퍼 준설선 | 커터 석션 준설선 | 기계식 준설선 |
|---|---|---|---|
| 굴착 방식 | 드래그헤드로 긁으며 흡입 | 회전식 커터로 절삭한 뒤 흡입 | 버킷이나 그래브로 직접 굴착 |
| 주요 토질 | 모래, 실트, 자갈 | 점토, 다져진 지층, 암반 | 다양한 토질과 암석 |
| 작업 방식 | 저속으로 항해하며 준설 | 스퍼드와 앵커로 위치를 고정 | 바지선이나 폰툰을 고정 |
| 토사 저장 | 선체 내부 호퍼 | 일반적으로 별도 저장하지 않음 | 토운선이나 호퍼에 적재 |
| 운반 방식 | 준설선이 직접 운항 | 파이프라인 압송 | 별도 토운선 이용 |
| 주요 장점 | 넓은 해역의 대량 준설과 운반 | 단단한 지반을 연속적으로 굴착 | 좁은 구역의 정밀한 작업 |
| 주요 작업 | 항로 유지, 모래 채취, 해상 매립 | 항만 건설, 운하, 암반 준설 | 부두 주변, 구조물 인접 구역 |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준설선은 해저의 흙을 퍼내는 하나의 고정된 장비가 아니라, 굴착과 흡입 및 운반 방법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뉩니다.
결론적으로 준설선이 바다 밑의 흙과 모래를 퍼내는 핵심 원리는 해저 토사를 먼저 느슨하게 만든 뒤 물의 흐름이나 기계 장비로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부드러운 모래는 드래그헤드와 펌프로 흡입하고, 단단한 지반은 커터헤드로 부수며,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곳은 버킷과 그래브로 직접 퍼냅니다. 이렇게 제거된 토사는 호퍼와 파이프라인 및 토운선을 통해 필요한 장소로 이동하면서 항로, 항만과 새로운 해안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