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선박을 등에 싣고 운반하는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의 구조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이 더 작은 배를 끌고 가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대형 크루즈선이나 해양플랫폼을 통째로 갑판 위에 올려놓고 운반하는 광경은 일반적인 선박 운송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특수선이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Semi-submersible Heavy Transport Vessel)입니다. 일반 화물선처럼 크레인으로 화물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선체에 바닷물을 채워 갑판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뒤 운반할 선박을 그 위로 이동시킵니다. 이후 바닷물을 다시 빼내면 운반선이 부상하면서 대상 선박을 통째로 들어 올리게 됩니다.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은 다른 선박뿐만 아니라 해양 시추설비, FPSO, 해상풍력 기초, 해양플랫폼 모듈처럼 크레인으로 다루기 어려운 초대형 구조물을 장거리 운송합니다.

바다 위의 움직이는 대형 받침대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의 기본 구조는 거대한 평갑판과 밸러스트 탱크, 선박 운항을 담당하는 기관실과 조타설비로 구성됩니다. 외관만 보면 선체 위쪽을 평평하게 잘라낸 화물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갑판에는 일반 화물선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창고나 대형 하역 크레인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길고 넓은 공간을 확보하여 화물의 크기와 형태에 맞게 받침대와 고정 장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 넓은 평갑판 길이와 폭이 큰 선박이나 해양 구조물을 한 번에 받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 낮은 갑판 높이 갑판을 수면 아래로 잠기게 할 때 필요한 밸러스트 양과 잠수 깊이를 관리하는 데 유리합니다.
  • 갑판 측면 케이싱 기관설비와 환기구, 접근 통로 등이 들어가며 갑판이 잠긴 상태에서도 일부 구조물이 수면 위에 남습니다.
  • 강화된 선체 구조 화물의 무게가 특정 부분에 집중되더라도 갑판과 선체가 변형되지 않도록 내부 보강재가 촘촘하게 배치됩니다.

일부 대형 선박은 선수 구조물을 낮추거나 없애 화물이 갑판 앞뒤로 돌출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모든 반잠수식 운반선이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화물의 크기를 제한하는 장애물을 줄이는 것이 공통적인 설계 방향입니다.

크레인 없이 선박을 싣는 플로트온 방식

다른 선박을 갑판에 올릴 때는 플로트온(Float-on) 방식을 사용합니다. 말 그대로 물에 떠 있는 화물이 잠긴 갑판 위로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운반선은 파도와 조류가 비교적 잔잔하고 충분한 수심이 확보된 해역에 정박합니다. 이후 밸러스트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 선체의 무게를 늘립니다. 운반선이 낮아지면서 화물 갑판이 수면 아래로 들어가고, 운반 대상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깊이까지 잠기게 됩니다.

갑판이 충분히 잠기면 대상 선박이 자체 추진력이나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운반선 위로 이동합니다. 선박 바닥과 갑판의 받침대가 정확히 일치하도록 위치를 조정한 뒤 밸러스트 탱크의 물을 배출합니다.

운반선이 다시 떠오르면 갑판 위의 받침대가 대상 선박의 바닥에 닿습니다. 이후 부력이 운반선과 화물의 무게를 함께 지탱하면서 대상 선박은 수면 밖으로 완전히 올라옵니다.

Boskalis의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선박은 해양 시추설비, FPSO, 해상풍력 기초와 각종 초중량 화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됩니다.

갑판을 잠기게 만드는 밸러스트 탱크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원리는 잠수함과 비슷해 보이지만 운용 목적은 다릅니다. 운반선은 선체 전체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화물 갑판만 계획된 깊이까지 잠기게 합니다.

선체 내부에는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진 밸러스트 탱크가 설치됩니다. 각 탱크에 바닷물을 넣으면 선박의 전체 무게가 증가하여 더 깊이 잠기고, 물을 배출하면 무게가 줄어 다시 떠오릅니다.

밸러스트 작업에서는 모든 탱크에 같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넣지 않습니다. 선수와 선미, 좌현과 우현의 탱크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조절하여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합니다.

화물이 갑판 위로 들어오는 동안에는 대상 선박이 만드는 부력과 조류의 힘도 계속 변합니다. 따라서 밸러스트 제어실에서는 각 탱크의 수위, 선박의 흘수, 좌우 기울기, 앞뒤 트림을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화물의 바닥을 받치는 크리빙 구조

운반 대상 선박을 반잠수식 운반선의 강철 갑판 위에 바로 올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선박 바닥은 평평하지 않으며, 무거운 화물을 작은 면적으로 받치면 외판이나 갑판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갑판에는 크리빙(Cribbing)이라고 하는 대형 받침 구조물을 설치합니다. 크리빙은 목재, 강철 또는 복합 구조로 제작되며, 대상 선박의 선체 형상과 내부 보강재 위치에 맞춰 배치됩니다.

  • 킬 블록 선박 바닥 중앙의 용골 부분을 받쳐 주요 하중을 지지합니다.
  • 빌지 블록 선체 좌우의 곡면을 받쳐 선박이 옆으로 기울거나 움직이는 것을 막습니다.
  • 강철 받침대 해양플랫폼처럼 바닥 형태가 불규칙한 화물의 하중을 갑판 보강구조로 전달합니다.
  • 하중 분산판 특정 지점에 압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여 갑판과 화물의 변형을 줄입니다.

크리빙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대상 선박의 약한 부분에 거대한 힘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체 도면과 구조해석 결과를 바탕으로 받침대의 위치와 높이를 정밀하게 설계합니다.

화물의 무게중심과 선박 안정성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은 화물을 싣는 순간 전체 선박의 무게중심이 크게 높아집니다. 갑판 위에 올라가는 선박이나 해양플랫폼은 운반선 자체보다 높이가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파도에 따라 선박이 크게 기울고 원래 자세로 돌아오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화물이 갑판 중앙에서 벗어나면 좌우 균형도 달라집니다.

운송 계획을 세울 때는 다음 요소를 함께 계산합니다.

  • 화물의 실제 무게 설계도에 표시된 중량뿐만 아니라 장비와 액체, 임시 구조물의 무게까지 반영합니다.
  • 화물의 무게중심 선박의 좌우·앞뒤·높이 방향 무게중심을 확인하여 갑판 배치 위치를 결정합니다.
  • 운반선의 복원성 화물을 실은 상태에서 파도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원래 자세로 돌아올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 갑판의 국부 하중 받침대 하나에 전달되는 힘이 갑판과 내부 보강재의 허용 범위를 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DNV의 해양 운송 안내에서도 초대형 구조물 운송에 필요한 요소로 화물 강도, 복원성 평가, 선박 운동해석, 시패스닝과 밸러스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항해 중 화물을 붙잡는 시패스닝

갑판에 올라간 선박은 무게만으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파도가 운반선을 흔들면 화물에도 좌우 이동과 미끄러짐, 넘어짐을 유발하는 힘이 반복적으로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화물 주변에는 시패스닝(Sea Fastening) 구조물이 설치됩니다. 대형 강철 지지대와 스토퍼, 브래킷을 운반선 갑판에 용접하거나 볼트로 연결하여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시패스닝은 화물의 무게를 아래에서 받치는 크리빙과 역할이 다릅니다. 크리빙이 수직 방향의 중량을 지탱한다면 시패스닝은 항해 중 발생하는 수평력과 회전력을 억제합니다.

Boskalis가 약 7만 톤급 FPSO를 운송한 사례에서는 화물을 고정하기 위해 갑판에 80개의 대형 시패스닝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 Boskalis의 운송 사례는 이 구조물들이 거대한 북엔드처럼 화물의 보강 브래킷을 밀어 지지했다고 설명합니다.

젖은 예인보다 안전한 건식 운송

초대형 선박이나 해양설비는 자체 부력을 이용해 예인선으로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습식 예인 또는 웨트 토우(Wet Tow)라고 합니다. 반면 반잠수식 운반선 갑판에 올려 수면 밖에서 운반하는 방식은 건식 운송 또는 드라이 트랜스포트라고 합니다.

건식 운송에서는 대상 선박의 추진기와 수중 장비가 장거리 항해 중 물의 저항과 파도에 직접 노출되지 않습니다. 자체 항해 능력이 없거나 선체 일부가 손상된 선박도 받침대와 시패스닝으로 고정하면 운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상 선박이 직접 항해하거나 예인되는 것이 아니라 운반선의 추진력으로 이동하므로 항로와 기상 조건을 계획하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다만 화물 높이가 매우 커지므로 바람의 영향과 교량 통과 높이, 항만 접근 수심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이동식 건선거가 되는 반잠수식 운반선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은 운송뿐만 아니라 임시 건선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수리할 선박을 갑판에 올린 뒤 완전히 부상하면 선박의 바닥과 추진기를 물 밖에서 점검할 수 있습니다.

2019년에는 반잠수식 운반선 BOKA Vanguard가 대형 크루즈선 Carnival Vista를 물 밖으로 들어 올려 수리 작업을 지원했습니다. Boskalis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BOKA Vanguard는 밸러스트 탱크를 채워 갑판을 계획된 깊이까지 잠기게 한 뒤 크루즈선을 실어 올렸습니다.

이 선박은 275m×70m 규모의 평평한 갑판을 갖추고 있으며, 선수 구조물이 갑판을 막지 않는 보우리스 설계를 적용해 갑판보다 긴 화물도 앞뒤로 돌출시켜 운반할 수 있습니다.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의 작업 순서

초대형 선박을 싣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 운반선 준비 화물 형상에 맞춰 크리빙과 임시 지지구조를 갑판에 설치합니다.
  • 밸러스트 주입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 화물 갑판을 계획된 수심까지 잠기게 합니다.
  • 화물 진입 대상 선박을 자체 추진하거나 예인선으로 이동시켜 잠긴 갑판 위에 정렬합니다.
  • 운반선 부상 밸러스트수를 단계적으로 배출하여 크리빙이 화물 바닥에 정확히 접촉하도록 합니다.
  • 위치와 하중 확인 화물 중심과 받침대 반력, 운반선의 기울기와 흘수를 검사합니다.
  • 시패스닝 설치 화물이 항해 중 움직이지 않도록 강철 지지대와 스토퍼를 고정합니다.
  • 건식 운송 기상과 항로를 확인한 뒤 화물을 갑판 위에 올린 상태로 목적지까지 항해합니다.
  • 플로트오프 목적지에서 시패스닝을 제거하고 갑판을 다시 잠기게 하여 대상 선박을 물에 띄웁니다.

주요 구조와 역할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의 핵심 장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요 구조역할작업 시 관리 요소
평갑판선박과 해양 구조물 적재갑판 면적, 허용 하중
밸러스트 탱크갑판의 침수와 부상 제어탱크 수위, 흘수, 트림
밸러스트 펌프바닷물 주입과 배출유량, 밸브 작동 순서
크리빙화물의 수직 하중 지지위치, 높이, 접촉 압력
시패스닝화물의 미끄러짐과 전도 방지파도 하중, 용접 강도
측면 케이싱기관설비와 접근 통로 수용침수 한계와 충돌 방지
추진·조타 장치화물을 실은 상태로 항해바람, 조류, 항로 수심
제어실밸러스트와 선체 자세 감시좌우 기울기, 앞뒤 트림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은 단순히 갑판이 큰 화물선이 아닙니다. 화물을 물에 띄운 상태로 받아들이고, 받침대에 정확히 내려놓은 뒤 장거리 항해에 견디도록 고정하는 기능까지 갖춘 운송 시스템입니다.

운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초대형 화물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은 크레인으로 들기 어렵지만 물에 뜰 수 있거나 갑판 위에서 지지할 수 있는 대형 화물에 적합합니다.

  • 일반 선박과 군함 손상되었거나 장거리 자체 항해가 어려운 선박을 수리 조선소까지 운반합니다.
  • 크루즈선과 대형 상선 적합한 건선거가 없는 지역에서 수리 또는 점검을 위해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 해양 시추설비 이동 속도가 느린 반잠수식 시추설비와 잭업리그를 다른 대륙까지 운반합니다.
  • FPSO와 해양플랫폼 건조 장소에서 실제 설치 해역까지 초대형 생산설비를 건식 운송합니다.
  • 해상풍력 구조물 대형 기초와 변전소 모듈, 조립된 구조물을 항만과 설치 해역 사이에서 이동시킵니다.

결론적으로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선이 다른 선박을 등에 실을 수 있는 비결은 크레인의 힘이 아니라 부력의 조절입니다. 밸러스트수를 채워 갑판을 물속에 숨기고, 대상 선박이 그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다시 부상하여 거대한 화물을 받쳐 듭니다. 여기에 크리빙과 시패스닝, 복원성 계산과 정밀한 밸러스트 제어가 더해지면서 한 척의 배가 다른 배를 안전하게 싣고 대양을 건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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